본문 바로가기

News

‘기회의 땅’ 중국, 그 이름은 여전히 달콤한가?

 중국은 하나의 국가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다양성을 지닌 나라이다. 중국인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56개의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민족을 품고 있으며 5,0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 속에는 수많은 나라들이 거쳐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리장성이나 자금성, 병마용 등은 이러한 유서 깊은 역사가 남긴 빛나는 인류의 유산이다.

러시아와 캐나다에 이어 세계 3위의 광대한 국토를 보유해 풍부한 자원을 자랑하며 다양한 기후와 자연의 모습들을 지니고 있으며, 21세기에 들어서 중국은 공산국가로 대표되는 구 시대적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도약기를 맞이 하고 있다. 이제 그들은 세계 최대의 인적 자원과 광대한 국토, 그 땅에서 나오는 물질적 자원들을 바탕으로 세계의 중심을 뜻하는 ‘중화’를 실현시키는 듯 세계 최강의 국가를 꿈꾸고 있다.

이러한 꿈을 같이 꾸기 위해 오랜 시간 국내 유수의 업체들은 중국 본토로의 진입을 시도했다. 무한한 자원과 저렴한 인건비, 또한 광활한 토지는 반쪽에 불과한 한반도의 대한민국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한 국내 업체들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하고, 매력적인 곳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란 '암초'가 자리하며,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핍박 아닌 핍박을 받았으며, 국내에 비해 기술력, 공정 노하우에서 여전히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STX다롄이 STX팬오션에서 수주한 40만t급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을 중국에서 건조한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외국기업에 대형 선박 건조를 제한했던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다소 밝은 전망이 예측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중국시장은 ‘기회의 땅’이라는 판단과 ‘계륵(鷄肋)’과 같다는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 대해서 재조명해보았다.


북경, 천진, 상해, 중경이라는 4개의 직할시와 화북구의 2성과 서북구의 3성, 동북구의 3성, 화동구의 6성, 중남구의 5성, 서남구의 3성으로 총 22개의 성과 내몽고, 신가위구르, 서장, 광서장족, 영하회족이 다스리는 5개의 자치구와 홍콩, 마카오라는 2개의 특별 자치구로 이루어진 중국은 전체적으로 서고동저형을 띠고 있으며, 산이 전 국토의 33.3%를 차지하며, 고원지대가 26%, 분지가 18.8%, 평야가 12%, 언덕이 9.9%를 이루고 있다.

국토가 넓고, 변화가 풍부한 만큼, 기후 역시 한 나라 안에 다양하게 나타나며, 인구는 현재 공식적인 집계만 12억을 넘어 13억 명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기 때문에 중국은 56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 94% 이상을 한족(漢族)이 차지하고 있으며, 장족, 회족, 묘족, 만주족 등 55개의 소수민족이 나머지 6% 정도를 차지한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들로 구성된 국가의 안정된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서 중국은 모든 민족의 평등이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하여 잘 짜여진 소수민족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소수민족의 지역자치를 시행토록 하며 민족 고유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의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소수민족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해주고 그들의 사회적 환경과 삶의 질의 개선과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수많은 소수민족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렇게 넓은 부지, 수많은 자원, 또한 비교적 저렴한 인건비 등의 매력적인 사업요소들이 즐비한 중국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기회의 땅’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중국 정부의 외국계 업체 유치 전략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이 ‘기회의 땅’으로 유입되었으며, 지금도 유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의 수많은 업체들 역시 중국으로 진출을 하였다.
국내 조선소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에 터를 잡기에 이르렀는데, STX조선의 다롄 조선소와 대우조선해양의 옌타이(煙臺) 블록공장과 루마니아와 합작으로 설립한 대우 망갈리아조선소, 삼성중공업의 닝보(寧波) 블록공장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달콤하게만 느껴졌던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에 그림 1과 같이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국내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란 '암초'에 부딪혔다. 중국이 조선 등 과잉 투자산업 및 전통 제조업에 대해 잇따라 규제책을 발표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그룹이 지난 2007년 중국에 세운 STX다롄 조선해양기지가 건조할 수 있는 선박은 10만t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난 2004년 발표한 '투자체제 개혁에 관한 국무원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10만t급 이상의 선박과 중저속 디젤엔진 생산사업을 진행하려면 중국 국무원 투자 주관부서의 심사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10만t급 이상 대형 선박을 수주할 때마다 조선사는 매번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STX는 중국에 진출한 뒤 이 같은 규제를 풀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입장이었다.

업계에서는 9억 달러를 투자해 선박엔진부터 블록 제조, 선박 건조, 해양 플랜트까지 일괄생산 체제를 갖춘 550만㎡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에 이 같은 규제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불거졌다.

또한, 중국에 선박블록공장을 세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증치세(일종의 부가가치세)를 환급 받지 못하고 있다. 사업 초기엔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기조에 따라 증치세를 모두 환급 받았으나,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혜택을 걷어간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에 제3공장 건설을 계획한 현대자동차도 중국 측이 부지 가격을 당초보다 대폭 올려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현대차는 땅값 부담으로 다른 지역을 공장부지로 물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측은 현대차 협력 부품업체가 중국에 동반 진출할 경우 합작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받아들여 부품업체를 합작으로 설립할 경우 중국은 손쉽게 한국의 선진 자동차 부품기술을 습득할 수 있어 기술유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림 1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우리 대기업들의 대중국 투자액은 지난 2001년 2억 9704만 달러에서 2007년 33억 3520만 달러로 11배 이상 올랐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중국 정부가 최저임금제 및 각종 세율 조정, 규제책으로 지난해 대중국 투자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7년 대비 38% 수준인 12억 6924만 달러로 하락했다. 이 같은 규제와 정책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어서 국내 조선업계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2일 1행 3회(중국 인민은행·은행감독회·증권감독회·보험감독회)의 지도 의견으로 중점 산업 발전과 일부 생산과잉 산업에 대한 투자 억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지침을 발표했으며, 이 지침은 중국 정부가 과잉투자 산업으로 정한 8개 업종(철강·석유화학·풍력·조선·폴리실리콘 등)에 대해선 투자, 생산, 토지공급, 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침이 중국 기업보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관측하며,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의 매력에 이끌려 대규모 중국 투자계획이 줄을 잇고 있지만, 무조건적인 투자보다는 산업 조정기에 진입한 중국의 규제 및 정책 변화를 읽고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낭보가 날아들었다. 중국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 STX다롄이 STX팬오션에서 수주한 40만t급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을 중국에서 건조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외국기업에 대형 선박 건조를 제한했던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것으로 국내 조선업체들의 중국 진출도 한층 수월해지는 것이 아니냐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까지 점쳐지고 있다.

6월 8일 업계 소식에 따르면 STX다롄은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40만t급 VLOC 선박 건조 허가를 받아 건조 수량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STX는 총 8척의 수주 물량을 다롄에서 우선 건조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머지 물량은 진해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방침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 소식은 비록 이번 건에 한정된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규제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진출을 꾀하고 있어 그 동안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 완화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는 또 있다. 지분의 51%를 중국 측이 소유해야 한다는 지분법 문제이다. 현재는 국내 업체 중에서는 STX다롄만이 유일하게 100% 지분을 가지고 선박을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발주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에 맞춰 중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당연히 유리할 것이지만, 위에서 언급한 중국정부의 자국 조선업계의 견제에 맞서 국내 조선소들에게 규제를 본격적으로 풀어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중국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중국정부의 제재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있다. 최근에도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중국에 조선소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현지 인력의 기술력 등의 문제로 납기지연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중국내 세계 10위권 조선사인 A사는 최근 국내 모 해운사에 5만 8000t급 벌크선 1척을 인도해야 했지만 현지 기술력, 공정 효율상의 문제로 납기를 6개월 가량 지연되었다고 한다.

이 선박은 선주가 계약취소를 주장할 수 있는 ‘인도예정일로부터 180일 경과 기간’을 불과 며칠 남겨둔 6월 말에 인도될 예정이며, 또 당시 함께 수주한 2척은 최근 납기를 아예 연기해 놓았다.
계약사항에 따라 통상 조선업계에선 인도예정일로부터 180∼210일 가량 납기가 지연될 경우 하루 1만 달러 수준의 납기 지연에 따른 손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조선사의 귀책사유로 180∼210일이 지나도 인도가 안되면 선주는 계약취소와 함께 선수금 및 선수금에 대한 이자까지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납기일정보다 선박을 일찍 건조, 선주로부터 보너스까지 받는 국내 조선소들과는 사뭇 대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제재와 현지 인력의 기술력 부족 등의 문제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자국건조주의와 저렴한 인건비, 넓은 부지 등의 장점들 때문에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중국 신조 조선소 설립에 목을 매고 있다.
현재 매출원가의 20% 내외를 차지하는 인건비 면에서만 보자면 중국 조선인력 인건비는 국내의 7분의 1 수준이며, 중국 해운업체들이 대부분 중국 조선사에 발주를 몰아주고 있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 않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과연 중국진출에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히 1인당 인건비만 산정한 진출은 결국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국 현지 조선인력은 국내에 비해 기술력, 공정 노하우에서 여전히 열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업 시 국내 경영진과 현지 작업인력 간 문화적 차이도 원활한 조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국내와 비슷한 수준의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보다 약 5~7배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순비교법으로 비교한다면 중국이 원가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초 중국의 연간 선박 인도계획은 1790만 표준화물선환산톤수(CGT)였지만 실제로는 총 1210만CGT(약 67.5%)만 인도에 성공한 예만 보아도, 여전히 질적·양적 건조능력은 국내보다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중국의 건조능력은 증가세에 있지만, 선박은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추가 투자를 통한 중국 신조 진출의 실익도 크지는 않아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양날의 검을 품고 있는 중국, 여전히 그 이름은 매력적임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가지고 진출하기에는 여러모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기를 바란다.

 

월간 해양과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