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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까'페] 끄기도 어려운 '1,000℃ 용광로' 전기차 화재…'주유소 옆 충전소' 괜찮을까? (전기차량화재진압장비, 배터리화재진압장비, 뮬러전기자동차화재진압장비, 바이킹방화복, 파트엑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용광로'에 버금가는 1000℃까지 올라가고 끄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전기차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화재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뽑기 운' 또는 '운명'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내연기관차 처럼 화재 시 인명 대피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한 번 화재가 나면 진화도 어려워 공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화재 위험을 안은 전기차의 충전소를 주유소 옆으로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선거 당시 공약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전기차 인프라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였지만, 전문가들은 '탁상행정의 결정체'라고 까지 비판합니다. 
'편의'를 '안전'보다 앞세운 처사라는 겁니다.

 

전기차 화재가 유독 소비자들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불에 취약한 전기차 구조에 있습니다. 
전기차의 주 동력원인 배터리는 내부 온도가 섭씨 130도를 넘어가면 녹기 시작하고, 240도 이상에서는 양극재의 열분해가 이뤄지는데요. 
열분해가 한 번 벌어지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1,000도를 상회하는데 이런 현상을 '열폭주'라고 합니다. 
열폭주가 진행되면 차량 전체로 2차 화재가 번질 위험도 있습니다.
배터리 구조도 열폭주로 인한 화재 진압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대개 차량 하부에 탑재돼 있으며, '하우징'이라는 특수 케이스로 보호받고 있어 물이 들어가기 힘든데요.
소화 용수를 살포하는 기존의 살수 방식으로는 진화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정우택 의원은 "전기차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진압장비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소방청은 임시방편으로 질식소화덮개와 이동식 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지만 시도별로 관련 장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식 수조를 갖춘 시도는 부산 11개, 세종 2개, 경기 1개뿐이고, 올해 말까지 구입 예정인 시도의 경우 서울 4개, 광주 1개, 울산 1개, 경기 5개, 경북 1개에 불과합니다.
정 의원은 "전기차 보급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소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련 화재에 대한 대응체계를 하루빨리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충전시설을 포함한 전기차에 대해 소방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의로 전기차 소방 안전기준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장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유소 옆 충전소'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입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월 '석열 씨의 심쿵약속' 다섯 번째 공약으로 "기존 주유소와 LPG 충전소를 전기자동차 충전이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정부는 2021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대책을 통해 주유소를 자가 발전이 가능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유시설과 전기자동차 충전 설비 간 이격거리 규정으로 인해 주유소 기반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확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정부는 주유소 내부 또는 인근에 태양광 또는 연료전지 분산 전원을 설치해 전기자동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일부를 자체적으로 공급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현행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연료전지는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윤 후보는 "주유소와 LPG 충전소를 전기자동차 충전이 가능한 친환경에너지 공급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유소·LPG 충전소 내 설치 가능 건축물에 '연료전지'를 포함하고, 전기자동차 충전 설비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윤 정부는 규제 개선을 통해 주유소 옆 충전소 확충에 나섰습니다.
현재 10만여 대인 충전기 규모를 2025년까지 50만대로 확충할 계획으로 충전기 관련 시장 규모도 현재 4,000억 원가량에서 3조 원 안팎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5일 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경제규제 혁신전담반(TF) 회의를 열고 관련 경제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확대를 위해 그동안 설치에 제한을 뒀던 주유소 내 이격거리 관련 기준을 바꾼다는 건데요. 
내연기관 차량을 기준으로 각종 규제가 설정돼 있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겁니다.
현재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기를 새로 설치하려면 기존 주유기에서 1m 이상 거리 유지가 필요합니다.
전기차 충전설비의 분전반은 고정주유설비에서 6m, 전용 탱크 주입구 중심선에서 4m, 전용 탱크 통기관 선단 중심선에서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합니다. 
한마디로 이 모든 '안전' 기준을 완화해서 주유소 내 충전소를 늘리겠다는 겁니다. 
현재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기존 안전기준을 지키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기존 주유소를 가지고 있는 정유사 등 대기업들의 독려 속에서 '주유소 옆 충전소'는 급속히 늘어갈 전망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 철폐에 나선 주유소나 LPG 충전소에 위치해 있는 전기차 충전소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인근 지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그야말로 대규모 참사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정부는 규제 철폐를 통해 개인이 소유한 전기차 충전기를 공유해 수익을 내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는데요.
만약 불이 난다면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책임 소지도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 화재와 관련된 보험도 전무한 상태라 소비자들은 걱정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진혁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학과장은 "정부의 주유소나 LPG 충전소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편의'를 위해 '안전'을 양보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이 양보 되어서는 안 된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박 학과장은 "당시 대선 후보의 공약을 검증했던 전문가들도 또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필수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도 "백여 년 이상 검증된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의 안전에 대한 부분은 아직 파악이 미비하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기존의 낡은 제도는 보완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연구, 대안 마련 등이 선행되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도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충전소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화재위험 등 '안전'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먼저 마련한 뒤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부산 아이오닉5 화재 사건에서도 안전장치 미비로 상황이 심각해졌고,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어 세부 안전 대책이 확보된 상황에서 인프라 확충도 이뤄져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주연 기자

shri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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