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일, 산불특수진화대원이 분통을 터트리며 한 증언이다. 공공운수노조 산림청 지회 소속 산불특수진화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한 후 자신들이 가진 장비를 들고 서울 한글회관 강당에 모였다.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산불진화대원이 말하는 산불 재난 현장'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다른 산불특수진화대원은 헬멧이 부서져 교체를 요구했더니 예산이 없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고 본드로 붙였다는 증언을 했다.
맥도날드, 특고 노동자와 비슷한 산불특수진화대원
기자회견 자리에서 헬멧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2017년 맥도날드 배달라이더로 일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맥도날드는 라이더에게 헬멧을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고 공용으로 사용했다. 라이더끼리 알아서 돌려쓰는데 좋은 헬멧을 사용하기 위해 라이더들끼리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한 여름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땀과 빗물에 흠뻑 젖은 헬멧을 뒤에 출근하는 라이더가 써야 했다.
헬멧은 한 번만 땅에 떨어트려도 내구성 때문에 교체해야 하지만 공용으로 쓰다 보니 충격을 받은 헬멧인지도 알 수 없었다.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줄 선바이저 기능도 없어 개인적으로 구매해 장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달노동자의 유일한 안전장비라고 할 수 있는 헬멧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참다못해 라이더들과 집단행동을 벌였고 개인용 헬멧과 헬멧 보관함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조그마한 맥도날드 매장 점장도 헬멧의 중요성과 라이더의 고충을 이해했지만 산불예방을 책임져야 할 국가는 산불특수진화대원에 대한 제대로 된 고려를 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지급하라 요구도 하고 책임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산업안전에 필수적인 작업도구에 대한 지급을 요구 할 수 없다. 업무에 필요한 장비들을 스스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우고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표준적인 기준을 만들어 사용자가 이를 준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특고 플랫폼 일자리에서는 작업도구에 대한 구입 관리에 대한 책임이 개별 노동자에게 전가되면서 산업안전에 대해 얼마나 투자할지도 개별노동자의 판단에 맡겨졌다. 겨울철 동상을 예방할 수 있는 오토바이 열선을 설치할지, 품질이 좋은 방한화를 구입할지, 통풍과 보호기능이 우수한 보호 장비를 살지를 모두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데 소득이 낮거나 안전에 대한 인식이 낮은 노동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산림청 산불특수진화대원의 증언을 들으면서 마치 특고노동자의 증언을 듣는 듯했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은 기자회견에서 장비를 하나 둘 보여주면서 직접 설명을 해줬는데 산림청에서 지급한 장비가 거의 없었다. 고글 17만 원, 장갑 6만 원, 마스크 6만 원, 신발 30만 원, 액션캠 50여만 원 등 약 100여 만 원을 장비에만 투자했다. 산불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성능이 좋은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260여 만 원(2024년 기준)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하더라도 사회적 관심과 사업장내 권력관계에 따라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이다. 산림청이 산불특수진화대원들에게 곰팡이가 핀 헬멧을 지급한 이야기는 언론 지면의 메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헬멧의 '곰팡이'를 제거한다고 산불진화 노동자의 안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숙련과 안전교육, 예산
"제가 1월 13일에 입사를 하고 1월 20일에 신규 진화 대원 교육을 받았어요. 근데 그 교육은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라 영상 시청이었습니다. (중략) 실질적인 방화선 구축이나 방수 훈련 같은 경우는 사무실로 돌아가서 팀원들한테 배워라 라는 이런 인수인계적인 교육을 받았습니다. 대형 산불에 가서 활약을 했던 거는 산림청에서 해주는 교육이 아니라 저희 팀원들이 인수인계 해주는 식으로 일주일에 3번 4번 5번 교육을 해줬기 때문에 지금 제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지 않나 이 생각도 들고요." - 산불특수진화대원 4.3 기자회견 증언 중
2016년 산림청은 산불특수진화대원을 계약직으로 뽑아 시범운영을 했다가 2019년 강원도 산불이후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국가는 2020년 8월 산림보호법 시행령 개정하고 산불특수진화대원에 대한 모집 선발 교육 훈련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산불특수진화대원의 증언처럼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 전문적인 강사도 없어 외부강사가 와서 영상자료로 형식적인 교육을 하는 게 전부다. 공공운수노조 산림청 지회장 신현훈은 '소방관이 채용되면 24주간의 교육 훈련을 받은 다음 현장에 배치되고 해양경찰은52주를 받는다. 산불특수진화대 같은 경우는 한 시간을 교육받지 않고 바로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에 이번에 벌어진 여러 가지 참사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남 창녕에서는 산불진화를 위해 공무원과 진화대원이 투입됐다가 4명이 사망한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안전장비 뿐만 아니라 산불 진화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산불특수진화대원은 호수를 버리고 도망간 경험도 증언했는데, 산불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이 있어야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경험 많은 산불진화대원들과 팀을 이룬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는 증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산불을 끄고 산에서 내려온 뒤도 문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소장은 소방대원과 산불진화대원들의 직업성 질병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불이 날 때 발생하는 검댕의 연기에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라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유해 중금속과 산류, 포름알데하이드, 그리고 유독한 휘발성 유기화합물들이 섞여 있는 그야말로 유해하기 이를 데 없는 공기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는 산불진화를 위해 일한 노동자들의 심혈관계 및 호흡기계와 관련된 건강위험을 예방하고 추적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숙련노동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김원 소장이 말한 것처럼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세심한 조치, 전문적인 교육과 처우개선을 통한 장기근속 유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과 예산지원이 핵심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형 산불이 있고 나서야 추경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상목의 기재부는 산불특수진화대원의 안전수당을 거부한 바 있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의 헬멧마저도 예산 때문에 지급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산불노동자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는 없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이 자랑스럽다면
"제 아들은 저를 무척 자랑스러워 합니다. 아빠가 뭐 하는 사람이냐 라고 물으면 당당히 산불 끄는 사람이라고 4살 때부터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는 아빠가 산불 끄는 데 힘드니까 커서 꼭 아빠 옆에서 도와줄게라고 말을 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 산불특수진화대원 4.3 기자회견 증언 중
나도 산불특수진화대원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생하는 영웅적인 산불특수진화대원들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 산불특수진화대원들이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안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박정훈님이 쓰셨습니다.
본드로 붙인 헬멧이 목숨까지 붙여줄 수 있을까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본드로 붙인 헬멧이 목숨까지 붙여줄 수 있을까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박정훈] ▲ [산불진화대원이 말하는 산불 재난현장] 기자회견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는 지난 4월 3일 반복되는 대형 산불에 맞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의 열악한 처우와 위험을 외면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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