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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맞아야죠"..주취객 막다 처벌된 소방관 동료의 증언 (개인보호장비, 사람이먼저다, 대원도사람이다, 소방관건강, 현장대원건강, VIKINGsafety)


전북 정읍소방서의 구급대원 A(35)씨가 구급 활동 중 50세 주취객을 제압하다 발목 골절 6주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A씨 행위와 주취객의 발목 골절과의 인과관계를 놓고 의견은 갈렸으나 법원은 주취객의 손을 들어줬다. 정당방위 행위도 인정받지 못했다. A씨의 폭행을 방어가 아닌 공격으로 본 것이다. 판결 이후 소방관들 사이에선 "주취객을 상대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취객의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적 장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을 뿐 주취객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소방관의 손과 발은 묶여 있는 실정이다.

◇뺨 맞고, 침 뱉어도 참는 구급대원

"이제 주취객이 욕을 하면 듣고만 있어야 하고, 때리면 맞고만 있어야 하겠죠."

정읍소방서의 한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B(38)씨는 지난 27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건이 발생한 뒤 동료들이 현장에서 주취객을 상대로 적극적인 조치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19일 주취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 중 한 명이다.

당시 주취객은 출동한 구급대원 3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며 정읍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중 A씨는 상해 혐의로, B씨 등 2명은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주취객은 이후에도 자신의 집에서 병원 이송을 원한다며 3차례나 신고를 하기도 했다. 총 23번의 이송요구로 인한 신고가 있었고 이 중 10번은 주취상태였다. 구급대원들은 행여 일어날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이송을 해줬다.


사건이 남긴 후유증은 컸다.

조사를 받던 와중에도 해당 구급대원들은 또 다른 주취객에게 욕을 듣거나 뺨을 맞기도 했다. 침을 뱉는 주취객도 있었다.

그때마다 구급대원들은 "또 엮이면 안 되겠다"고 자신을 다스린다. 대학병원 이송 요구도 가급적 들어주려 노력한다.

B씨는 "우리 센터 직원이 총 25명인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현장에서 주취객을 상대하는 동료들이 모두 피해자였는데 A씨처럼 가해자가 된 건 처음 있는 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대응의 책임은 개인에게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간 구급대원들의 폭행 피해 건수는 581건에 달한다.

현행법상 출동한 119대원을 폭행하거나 협박해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처분에 그쳐 피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데다 폭언·모욕을 당한 경우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에 소방청은 폭행 행위의 처벌 형량을 상향하고 모욕죄도 처벌하도록 '소방기본법' 및 '119구조·구급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문제는 제도 개선이 '주취자'의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구급대원들이 주취자의 폭행과 폭언 등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를 보면 주취자의 대응 절차를 각 구급대원에게 제시하고 있다.

'음주자가 구급대원에게 폭행 또는 폭언 및 난폭한 행동을 하는 경우',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에 위해를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경찰에 인계하도록 되어 있다.

주취자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경찰 인계'만 있는 것이다.

B씨는 "상황이 커질 걸 우려해서 대처 자체를 못 한다"며 "현행 법으로는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이 주취자의 폭행 폭언 등의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취객을 상대하는 공무원에게 막강한 권한을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무수행에 벌칙이 방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주취객에 대해서는 응급이송을 꺼리게 되며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 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전북CBS 남승현 기자] ns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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